랜스 암스트롱. '이것은 자전거 이야기가 아닙니다.' 와 자서전.

2007. 9. 21. 08:00journal



얼마 전 뚜르 드 코리아(왜 이름을 꼭 이렇게 지어야 했을까? 그렇게 아류라고 드러내고 싶었을까?)도 있었고, 그때 오기도 했었다.

그를 형용하는 말. '살아있는 전설' 두둥!!!
ㅡ.ㅡ

불평은 좀 있다가 하기로 하고... 1인칭으로 씌어 있는데, 작가가 따로 있다. 대필도 아니고 책 날개에 당당하게 이름이 들어가 있더라. 암스트롱이 구술을 하고, 이런저런 자료를 찾고, 그 작가가 모아서 썼겠지. 읽어보면 전문작가에 의해 쓰였다는 느낌이 확 든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극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고, 각 챕터, 각 문단들도 재미를 줄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들로 씌어있다. 소설같은 느낌으로, 경주장면들은 심지어는 박진감 넘치게 읽을 수 있다. 줄거리야 뭐, 워낙에 유명한 이야기니까 생략.  

자서전을 좋아하지 않는다. 좋은 내용이던, 나쁜 내용이던 어쨌거나 인생이 윤색되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선거 때 쏟아지는 정치인들의 자서전을 보라! 서점에 가보니 벌써 깔려 있더라.) 자신을 너무 특별하게 포장한다. 그 현시욕이 싫다. 그 사람이 어떻게 자랐는지에 대해 내가 궁금해 할 이유가 뭔데? 그리고 그와 더불어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의 인생(혹은 책?)에 대해서 호들갑 떠는 것도 별로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 내가, 이런 기획성이 뻔히 보이는, 그것도 심지어 이전에 나왔던 책의 리메이크 판인 이 책을 돈 주고 산 이유는 순전히 자전거! 때문이다. 내가 기대했던 것은 실제 프로들의 자전거와 경주와 싸움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 점에서는 아주 만족스럽다. 레이스에 대한 묘사는 사실적이고 흥미로우며, 자전거 이야기는 전문적이다. 관심있는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할 만 하다.

생각나는 구절 하나.
"아이들은 왜 모두 자전거를 좋아할까? 자전거는 해방이고 독립이기 때문이다. 최초로 가져 보는 바퀴달린 물건이기 때문이다. 규칙도 어른도 없이 맘껏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이기 때문이다."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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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이 가치를 가지는 경우는 두가지일 거 같다. 그 인물을 통해 전문적 지식을 얻거나, 혹은 그 사람이 산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거나. 자서전을 읽은 것이 많지는 않지만, 전자의 경우가 위의 책이라면, 후자의 경우를 따지자면 Bill Clinton의 My Life를 개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전에 내가 속한 책읽기 까페에 썼던 글인데, 그냥 참고 하시기 바란다.




[사회]라는 분류가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서전임이 분명하니 [처세]... 뭐 이런 쪽에 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사회나 정치쪽 책으로 읽었으니 그저 개인적 분류라고 양해하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1366.
뒤쪽의 요약을 제외하고 1366페이지 짜리 책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

개인적으로 '권력'이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 '권력'이라는 것의 개념, 본질, 양상 그리고 폭력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있어 하면서도,
그리고 여러가지 정치문제에 대해서 몇 마디 말도하고 하면서도,
실제로 현실권력이 작동하는 양상, 의사결정과정, 그때 적용되는 힘의 논리와 다툼, 이념(과 그 뿌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워낙에 행정이라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또 워낙에 복잡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암튼 이런 게으름에 제동을 건 것은 다른아닌 드라마였습니다.
노대통령도 좋아하고, 원희룡의원도 좋아한다는 'West Wing'.
개인적으로 정말 강력추천하는 드라마인데요..
처음에는 조금 보기 힘들었는데, 회를 거듭해갈수록 정말 재밌어지더군요.
인물들이나 구성도 그렇지만, 특히 거기 등장하는 다양한 정치문제와 그것들이 만들어지고 해결되어 가는 방식들이 말이죠.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실제로도 저렇게 움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때 눈에 띈 책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클린턴의 입장에서만 쓴 것이므로 이 책의 내용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문제는 일단 빼도록 하죠.
태어났을 때부터 두번 임기의 대통령을 마칠 때까지 이야기가 써 있습니다.
한 중간까지는 정말 지루합니다. 어린 시절, 대학간 얘기, 공부 잘 한 얘기 등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입니다.
한 중간이후에 클린턴이 주지사가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재밌어지더군요. 그리고 대통령 때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고요.

이 책을 보시면
어떻게 미국 역사에서 현재의 공화당, 민주당 구도가 성립이 되었는지,
어떻게 미국 행정부와 의회와 법원이 치고받고 움직이는지,
어떻게 민주당과 공화당이 싸움을 하는지, 그리고 이 공화당과 민주당원들의 이념이 어떤지, 정치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선거판에서 표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하고, 이 표라는 것을 정치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기술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미국의 정치판이 세계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언론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국내 이익집단들의  성향이 어떠하며, 그것이 현실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작전의 의사결정과정은 어떠하며 실제로 작전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클린턴 재임시 각국 대표들은 누구들이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지도자들의 결정이 국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현대사는 어땠는지,
주요 분쟁지역과 신생국을 포함한 각국의 현대사는 어땠는지,
그리고 클린턴 개인의 정치과 세계에 대한 통찰 등을  
아주 길고 지루하게 일괄할 수 있습니다.

사실 힘들게 읽기는 했지만 굉장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접어놓은 부분이 대략 65군데나 되네요.
당연히 자화자찬하는 책이라 거부감이 드시는 분도 있을꺼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입장이 다른 분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의 미국의 정치판과 세계판도를 이렇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을 듯 합니다.

'West Wing'의 첫 시즌이 2000년에 시작되었더군요. 클린턴의 임기 말년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낯익은 부분이 나와 생각해보니 예전에 바로 이 드라마에서 본 내용이더군요.
2001년 공화당의 부시가 임기를 시작하고, West Wing은 여전히 민주당 대통령이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어 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