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2007. 9. 5. 19:35journal

    

'글쓰기 방식의 변화'
- 종이 쓰기와 블로그 글쓰기의 차이

    
  
9xxxxxxx 영어영문학과 정XX

       학부를 다니면서 이런 저런 글쓰기 훈련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훈련을 받았다.. 라고 말해버리면 앞으로는 여기에다가 글을 올리지 못할 것 같다 ㅡ.ㅡ) 얘기를 해주신 교수님은 교포출신으로 미국에서 변호사를 하시다 오신 분이었다. 어떤 논리를 가지고 내용을 분석하거나, 뭔가를 주장하는 글을 써야할 때 신경써야 할 몇가지 것들에 대한 얘기였다. 기억나는 것들은, paragraph의 subject에 따른 분명한 구분, 명확한 주제 문장, indentation, 그리고 글의 흐름을 부드럽게 만드는 flow 등이다.
       한 문단에서는 하나의  subject를 다룰 것, 문단과 문단은 indentation으로 구분할 것, 그 문단의 첫줄이나 중간이나 마지막 쯤에 명확한 주제 문장을 집어 넣을 것, 문단과 문단은 연결되는 단어나 내용을 집어넣어 부드럽게 읽히는 흐름을 만들 것, 뭐 그런 것들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대단한 주제를 가지고 무슨 대단한 글을 썼던 것은 아니었다. 군사훈련같은 글쓰기 훈련에 '창의적이지 못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에도 느꼈고, 학기가 끝나면서도 느꼈지만 정말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어느 정도는 새로운 세상을 본 느낌이기도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서 내용은 뭐 그냥 그렇다 치고, 글을 쓰고나면 모양은 이런 식으로 늘 완성되었다. 문단과 문단은 붙어있고 매 문단앞에는 통일된 간격의 indentation이 들어간다. 제목은 글의 주제를 명확히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붙이고, 우측 상단에 이름을 적는다. 그리고 문단들 속에 이런저런 주제어들과 주제문과 내용이 들어간다. 이런 식으로 글을 쓰면, 일단 글의 전체 흐름과 논리를 생각하게 되며 아무래도 전체에 대한 생각을 더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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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쓴 여러가지 글들이 블로그나 다른 매체를 통해 인터넷에 무한 배포되는 시대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옛날보다 훨씬 더 많이 뭔가를 생각하고 글을 써서 남들에게 읽히는 것으로 보인다. 어이없는 부작용도 있지만 분명 긍정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대부분의 글들이 지금 쓰는 이 글처럼 문단을 나눌 때 간격을 벌린다.
아니, 내용중심으로 나누어지는 문단이라는 개념에서도 벗어난다.
그냥 엔터를 치고싶을 때 쳐서 간격을 벌리고 싶을 때 간격을 벌린다.
가운데 정렬을 해서 글을 쓰기도 한다.
가면 갈수록 글들이 파편화되고 분절화되는 경향이 심해진다고 얘기하고 싶다.

글이라는 것은 이렇게 써야 한다고 꼰데처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현상이 그렇다는 것이다. 똑같이 종이 신문에 나가는 신문기사도 종이 위에서는 위의 형식을 갖추면서도 인터넷에 올라올 때는 문단별로 쪼개져서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그냥 내 생각에는 모니터속의 글을 들여다보면서 깊이 있는 고찰을 한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짧은 주제, 혹은 단락의 내용들은 쉽게 읽고, 정리하고, 반응할 수 있는 반면에 글이 뭉치기 시작하면 눈이 피곤해 지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데 그런 이유로 글 전체를 생각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분절시키면, 생각까지도 자꾸 분절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걱정이 든다. 바로 밑의 글처럼, 내 블로그이니 나에게 떠오르는 것들을 내 맘대로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 드는 느낌은 이렇게 쓰는게 편하기 때문에, 내가 자꾸 이런 식의 전달에 안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깊이 생각하고 글쓰는 일은 귀찮고 괴롭다. 하지만, 잘게 쪼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내용이 말조각들이 된다는 말인데, 말조각들은 드문 경우를 제외한다면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가지기 힘들지 않을까? 일단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개인 미디어를 가지고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세상에 하는 것은 분명 멋진 일이다. 단, 정말 개인의 '미디어'라면, 자신이 다루고 싶은 내용에 따라서는, 책임질 수 있는 글을 깊게 고찰해서 쓰는 것도 가져야 할 태도일 것이다. 역시 먼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이와 더불어, 한마디만 더 하고 싶다. 지금까지 얌전하게 글 썼는데, 조금만 심하게 얘기하자. 솔직히 요즘 이런저런 매체들의 기사들을 보면 정말 '개나 소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왜 무슨 매체 이름을 걸고 나온 기자의 글 수준이 개인 블로그의 리뷰만도 못할까? 인터넷 매체, 언론의 자유로움이라는 이름을 걸고, 인터넷이라는 것의 무작위성, 익명성, 파급력 등을 이용해 권력을 행사하려 한다. 쓸만하지 못한 기사, 기자같지 못한 수준낮은 기자들. 정말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