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2

2009. 1. 22. 12:44film



도대체가 이 영화의 컨셉을 모르겠다.
헐리우드 전쟁물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서 삼국지에서 모티브를 따 온것인지, CG가 창궐하는 시대에 상상 속의 삼국지의 스케일을 영화적으로 재현해보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삼국지의 새로운 영화적 해석을 시도했던 건지, 아니면...  삼국지가 아니라, 삼국지 게임을 영화로 만든 건지.

맘에 안들었던 것 1.
원작의 각색은 작품 속의 사실관계들을 바꿀 수는 있다. 좋아지기만 한다면야 뭐를 못하겠는가? 삼국지도 원작의 내용들을 바꿔 다른 내용들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삼국지이기 때문에, 보다 더 새롭게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 1편에서는 압축하느라 고생은 했겠다 싶으면서도 나름 삼국지 원본에 충실하게 만들어보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래서, 장점을 가진 영화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 경우는... 삼국지와 다르게 만들어졌다는 내용들이... 가장 구태의연한 신파로 만들어졌다. 정말 구태의연한. (자세한 내용은 빼자. 사실 삼국지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광고만 보면 안다.)

맘에 안들었던 것 2.
아띠... 오우삼 짜증난다. 영웅본색은 그래도 되는 영화였다. 감정을 팍팍강요하며, 고속촬영을 남발하고, 코트자락 흩날리며, 그래도 되었다. 근데 여기서 이러는 건 좀 아니다. 전장 한복판에서 길게 감정에 집중하며 흘러가는 시간들은 전혀 개연성을 주지 못한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입으로 너무나 흔하디 흔해 지겨운 메시지들을 주절거린다. 온갖 멋부리기에 얹힌 이런 말들은 전혀 울림이 없다. 심하게 말해 저 돈을 왜 들였나 싶을 정도.

맘에 안들었던 것 3.
세상에 완벽한 창작이, 특히 영화에서 어디 있겠냐만... 다른 전쟁 영화들의 흔적이 너무 많이 보였다. 새로운 장면이라던가 고민같은 것은 별로 보이지 않고, 너무나 익숙한 컷들과 편집만 난무했다. 그리고 꼭 그런 무협영화식의 과장된 무협장면들이 들어가야 하는가 싶다. 1편에서는 그래도 그럴만 하다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이건 좀 심했다. 그리고 그리스의 팔랑크스를 연상케하는 방패로 밀집된 병사들의 장면은, 글쎄.. 내가 짧은 지식에 아는체하고 싶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으나,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맘에 안들었던 것 4.
영화를 후져보이게 만드는 것에 큰 역할을 했다. CG. 디테일도 떨어지지만, 과장이 너무 심했다.

맘에 안들었던 것 5.
적벽대전이라고 하면 내가 읽은 삼국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 부분이다. 치열하고 치밀하며 특히 제갈량의 신묘한 능력이 제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런데 알고 보아도 재밌을, 읽으면서도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들이 탁 맥이 빠지게 나온다. 화살모아오는 장면, 화공을 결정하는 장면 등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이래저래 실패한 영화다. 영화를 너무 길게 찍어서 두편으로 나누어 편집해서 개봉했다고 하는데, 애초에 컨셉이 잘못잡혀서 만들어진 영화다. 많은 영화들이 그렇듯 그나마 도입은 괜찮았는데, 뒤로 갈수록 영화가 엉뚱한 감정과 욕심에 빠져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