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verine.

2009. 5. 15. 15:29film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된 주제는 내가 보기엔 '공포'이다. 인류가 자신의 힘을 넘어선 존재들에 대해서 가지는 공포. 거기서 연유되는 인간의 연약함. 그리고 잔인함까지도 말한다. 이 상대편에는 역시 같은 인간이지만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 때문에 고민하고 상처입는 엑스맨들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특별한 능력은 종종 '힘'이 아니라 '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엑스맨들 내부도 이 힘에 대한 '해석'때문에 편이 갈린다. 이들을 선악으로 가르고 잘잘못을 따질 수는 없다. 이들은 전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힘에 대한 욕구도 보인다. 

엑스맨이라는 영화는 이렇게 인간에 대해 다룬 재미있으면서도 차가운 드라마이다. 장면 또한 차갑고 세련되게 만들어져 있다. 난 이런 엑스맨 시리즈를 좋아했다. 물론 만화 말고 영화 말이다. DC에서 나왔다는 만화는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아 띠...
울버린...
많은 기대를 했건만...

나는 이 영화가 울버린 개인의 어두운 고뇌가 잔뜩 묻어있는, 성장의 잔혹한 드라마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뭥미 ㅡ.ㅡ

영웅놀이하는 고삐리정서에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어설픈 유머도 거슬린다. CG도 수준이하로 보인다. (젠장, 난 그 앞에 트랜스포머 2 예고편을 봤단 말이다!) 우리의 희망 데뉘얼 헤뉘는... 음... 아무것도 없다. 캐릭터도 연기도... 에혀. 이제 한 집에 사는 그 분도... 그래도 '지구가 멈추는 날'보다는 나았다며 헛웃음을 지으시고... 이 영화를 보고 싶다고 선택했던 나는... ㅜ.ㅜ

물론 똑같은 해석을 적용할 수야 없겠지만, 프리퀄로서 배트맨 비긴즈가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그의 두려움과 싸움과 성장이 땅을 디디고 선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리얼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인간의 모습이 바로 '깊이'이다. 우리 모두가 똑같이 가지고 있지만 끌어내서 담아내기 어려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