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007. 8. 29. 17:07journal

갑자기 오른쪽 발이 붓고, 무지하게 아팠다.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려니 생각하면서 이틀을 버텼는데, 그제 밤에는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일 정도였다. 절뚝거리며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았다. 먹은지 두시간만에 찌르르하면서 뭔가 발에서 빠져나간 느낌이 들고, 아픔이 팍 줄었다.

가끔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내 몸이 정말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낀다. 사실 나는 뼈와 살 덩어리라는 인식. 그리고 그 살덩어리가 얼마나 유약한 것인지... 밖에서 사람들은 갑주를 두른 듯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차를 몰고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로 낼 수 없는 속도로 공간에서 공간을 이동한다. 그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행복하랴. 까딱 핸들하나 잘못 돌리면, 쇳덩어리 차체가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안에 타고 있던 살 덩어리는? 흠...

우리는 온갖 종류의 에너지의 공격(운동에너지, 열에너지, 위치에너지, 전기에너지, 진동에너지 등. 그리고 수만가지 종류의 화학물질)에 약한 살덩어리이다. 일주일을 물을 끊으면 말라죽으며, 이주일을 음식을 끊으면 굶어죽는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와 예술과 형이상학을 이야기하면서 건방져지고 있다. 자신은 조금 더 높은 존재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생을 지루하거나, 잘못된 삶이라고 단정짓는다. 지랄... 우리 삶은 '진심으로' 물리적이고 현실적인 것들에 기반하고 있다. 수많은 생들이 그것을 함께 이루어 주고 있다. 마치 자신이, 스스로가 누리고 있는 모든 삶의 주인인 것처럼 자만하지 말자.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고, 몸이 아파지면 사람들은 똑같아진다.
나도,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