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대한 희망 - Barack Obama

2008. 12. 16. 11:48journal



이 책을 샀다는 내용이 들어있는 아래쪽 포스트의 내용이 날아갔다. 어쨌거나 전에 샀던 책이고 완독. 이런 류의 책으로서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쓴 My Life를 읽었었다. 어쩌다보니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의 책만 읽은 샘.
워낙 독서가 일천한지라 이 두 책이 자꾸 머리 속에서 비교가 된다. 그래서 내가 속한 어떤 (아마도 독서)클럽에 올렸던 클린턴의 책에 대한 글을 긁어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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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라는 분류가 맞는 지 모르겠습니다.
자서전임이 분명하니 [처세]... 뭐 이런 쪽에 끼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사회나 정치쪽 책으로 읽었으니 그저 개인적 분류라고 양해하시고 봐주시기 바랍니다.

1366.
뒤쪽의 요약을 제외하고 1366페이지 짜리 책입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읽기 시작했는지도 기억이 잘 안납니다.

개인적으로 '권력'이라는 문제에 관해서는 굉장히 관심이 많습니다.
그 '권력'이라는 것의 개념, 본질, 양상 그리고 폭력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있어 하면서도,
그리고 여러가지 정치문제에 대해서 몇 마디 말도하고 하면서도,
실제로 현실권력이 작동하는 양상, 의사결정과정, 그때 적용되는 힘의 논리와 다툼, 이념(과 그 뿌리)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워낙에 행정이라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고, 또 워낙에 복잡하기 때문에 지레 겁먹은 것이 아닌가 하는데요.

암튼 이런 게으름에 제동을 건 것은 다른아닌 드라마였습니다.
노대통령도 좋아하고, 원희룡의원도 좋아한다는 'West Wing'.
개인적으로 정말 강력추천하는 드라마인데요..
처음에는 조금 보기 힘들었는데, 회를 거듭해갈수록 정말 재밌어지더군요.
인물들이나 구성도 그렇지만, 특히 거기 등장하는 다양한 정치문제와 그것들이 만들어지고 해결되어 가는 방식들이 말이죠.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다가 실제로도 저렇게 움직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때 눈에 띈 책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클린턴의 입장에서만 쓴 것이므로 이 책의 내용이 옳은가 그른가 하는 문제는 일단 빼도록 하죠.
태어났을 때부터 두번 임기의 대통령을 마칠 때까지 이야기가 써 있습니다.
한 중간까지는 정말 지루합니다. 어린 시절, 대학간 얘기, 공부 잘 한 얘기 등 다 그렇고 그런 이야기입니다.
한 중간이후에 클린턴이 주지사가 되면서부터 이야기가 재밌어지더군요. 그리고 대통령 때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롭고요.

이 책을 보시면
어떻게 미국 역사에서 현재의 공화당, 민주당 구도가 성립이 되었는지,
어떻게 미국 행정부와 의회와 법원이 치고받고 움직이는지,
어떻게 민주당과 공화당이 싸움을 하는지, 그리고 이 공화당과 민주당원들의 이념이 어떤지, 정치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선거판에서 표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하고, 이 표라는 것을 정치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법을 교묘히 이용하는 정치기술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미국의 정치판이 세계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언론들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미국내 이익집단들의  성향이 어떠하며, 그것이 현실정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이 주도하는 군사작전의 의사결정과정은 어떠하며 실제로 작전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클린턴 재임시 각국 대표들은 누구들이고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지도자들의 결정이 국가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미국의 현대사는 어땠는지,
주요 분쟁지역과 신생국을 포함한 각국의 현대사는 어땠는지,
그리고 클린턴 개인의 정치과 세계에 대한 통찰 등을  
아주 길고 지루하게 일괄할 수 있습니다.

사실 힘들게 읽기는 했지만 굉장히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서 접어놓은 부분이 대략 65군데나 되네요.
당연히 자화자찬하는 책이라 거부감이 드시는 분도 있을꺼고, 책의 내용에 대해서 입장이 다른 분도 있을거라 생각됩니다만,
불과 얼마 전까지의 미국의 정치판과 세계판도를 이렇게 생생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없을 듯 합니다.

'West Wing'의 첫 시즌이 2000년에 시작되었더군요. 클린턴의 임기 말년이었습니다.
이 부분을 읽다가 낯익은 부분이 나와 생각해보니 예전에 바로 이 드라마에서 본 내용이더군요.
2001년 공화당의 부시가 임기를 시작하고, West Wing은 여전히 민주당 대통령이 맡고 있습니다.
앞으로 드라마가 더욱 재미있어 질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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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오래 전에 쓴 글이다. 어쨌거나 미국의 정치인이 자신의 견해와 삶을 드러내기 위해 쓴 글이니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오바마는 각 장을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가치체계. 
헌법.
정치.
기회.
신앙.
인종.
국경너머의 세계.
가족.

미국 사회를 여러갈래로 나뉘게 만드는 핵심 쟁점만 추린 느낌이다. 이 정치인으로서는 젊은 양반이 어느 편에 서있느냐하는 것은, 그의 가족의 복잡한 인종적 이력과, 그가 외견상 일단 흑인이라는 것과 사회운동을 했다는 것, 그리고 그가 민주당원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각해볼만한 것은 그 견해를 드러내는 그의 방식이다. '어떤 문제가 있다. 그것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내가 그 사람들의 입장이라면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내 견해도 옳다고 볼 수 있지만, 그들의 견해도 옳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이러저러한 아이디어로 이 문제를 이렇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 이런 식이다. 나쁘게 얘기한다면 대안없는 양비론이나 양시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전에 우연히 리모콘을 돌리다가 '타이라(난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른다)쇼'에 나온 그의 모습을 보았다. 힐러리와의 경선 중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굉장히 매력있는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목소리도 그렇고 지성있어 보이는 태도도 그랬다.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의 소탈해 보이는 느낌이 아닐까 생각했다. 상대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그리고 어떤 대안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줬다. 부담스럽지 않으며, 믿음이 간다는 거다. 그를 성공하게 만든 것은 그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도 그렇다.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우지 않고, 다른 편의 주장을 공감하며, 잘못되었다고 생각되는 일은 넌지시 비판한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거기다가 중간중간에 자신의 가족사와 현재의 가족의 모습, 그리고 자신의 개인적인 얘기들을 공감이 가도록 솜씨있게 껴넣는다. 물론 내 감성으로 읽기에는 정치적으로 과장된 수사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안온하고 믿음직한 느낌이 난다. 책 표지와 날개에 '글을 쓸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식의 칭찬이 많이 적혀있는데, 거기에 공감한다. 그리고 정말 흔하면서도 실현하기 어려운 '통합'이라는 정치적 메세지를 희망적으로 준다는 식의 이야기도 있는데, 거기에도 공감한다. 일단 껍데기만 본것이긴 하지만, 미국이 그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그런데, 그런 미국이 부러운 건 부러운 거고, 그가 대통령에 뽑힌 것은 뽑힌거다. 그는 United States of America의 대통령이다. 딱, 이 땅의 우리만 놓고 생각한다면, 그가 그 스스로와 미국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옵션들 중에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리고 좀 다른 얘기이기는 하지만, '국경 너머의 세계'파트에서 - 물론 부시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에서기는 하지만 - 불량국가에 대한 공격을 언급할 때, '북한에 대한 공격'이라는 대목이 스쳐 지나간다. 좀 서늘했다. 그는 이제 진짜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