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11.

2007. 11. 11. 22:32journal

김장 2일차.
200포기. 두둥!!
네 조각을 낸 것이 대부분이니 거의 800쪽!!!

공장이라는 널찍한 작업공간이 있는 관계로 친척, 지인들이 모여 여러집의 김장을 한꺼번에 해결한다. 내가 하는 일은 물론 주로 힘쓰는 일. 버무리는 것이 끝나고, 절인 배추에 남아있는 물을 손힘으로 꼬~옥 짜냈다. 손가락에 근육이 생긴 느낌 ㅡ.ㅡ

불평거리가 뭐, 불평을 위한 불평일 뿐이고, 겨울 초입에 여러 집이 모여하는 김장은 우리 집의 나름 작은 축제이다. 힘들기야 하지만서도, 오마니는 이걸 무척 즐기시는 것 같다. 나도 물론, 나름...

트럭 가지고서 여러집의 김치냉장고에 김치를 채워주다 보니 별 생각이 다 들었다. 그게 그 집의 일년 반찬이다. 공교롭게도 먹는데 정말 1년 걸린다. 1년씩이나라거나 1년밖에가 아니라 거의 딱 1년이 걸린다. 우리 집도 보니까 작년 것이 한통 남았더라. 그리고 한 번 만들어 보관한 김치가, 아마도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을 김치 냉장고 속에서 1년동안, 처음에 담아놓은 그대로 고스란히 보관되어 익어간다. 한 번 만들어서 1년 내내 싱싱하다는 느낌으로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이 존재하나? 손이 많이 가서 그렇지, 사실 뭐 특별한 재료가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몇 년 김장을 돕다보니 머리 속에 대충의 매뉴얼은 있다. 올해의 젓갈은 자젓.) 이렇게 만들어놓으면 1년 내내 다른 수많은 응용음식의 베이스가 된다. 생각해보면 대단한 음식이다. 그리고...다시 김장할 때가 되면 1년이 지난거다. 작년의 기억이 고스란한데 올해에 온 작년의 꼬마는 훨씬 커져서 이제 대화가 된다.

뭔가 역동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 이 길에 뛰어들었었는데, 결국 이런 리듬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정말...
나이 먹어가나 보다.
난 아직 멀었는데 말이지...

 ps: 주책맞은 자랑하나. 우리집 김치는 꽤 맛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