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속의 자전거.

2007. 10. 16. 23:04journal



도대체 얼마나 타고 뭘 했다고 이렇게 오버하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쓰는 나도 민망하다.
그냥 하나에 빠지면 잠깐 미친다고 생각들 해 주시기 바란다.

혹시 만화책 표지만 보고 판단을 하시는 분들은, 이 만화가 그냥 자전거가 등장하는 순정만화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들여다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위 그림이 3권인데, 이 표지를 고른 이유가 있다. 이 만화에서 주된 역할을 하는 아오바 자전거포의 딸 아오바의 그림인데, 타고있는 자전거는 '스트라이다'이다. 삼각형으로 생긴 유명한 접이식 자전거이다.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짐작되지 않는가?

위에 언급한 간단한 사실만으로도 유추해볼 수 있듯, 이 만화는 각 에피소드 별로 여러 종류의 자전거를 주인공으로 혹은 소품으로 사용하며 그에 얽힌 사람들의 각종 사연들을 그려낸다. 각 이야기들은 옴니버스 식으로 독립되어 있기도 하고, 시간을 앞뒤로 왔다갔다 하며 주요인물들의 얘기를 다루기도 한다. 그리고 꼼꼼히 읽어보면 에피소드들이 꽤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이야기들이 연결되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이 같은 '나미키바시'라는 거리에 주로 살고있고, 이곳의 '아오바 자전거포'를 중심으로한 자전거에 얽힌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전문가만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이 만화를 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많이 배웠다.
*자전거 프레임을 주문으로 수제 제작할 수 있다는 점. 오히려 옛날에 대량생산이 되지 않던 시절에는 이렇다가 대량생산이 되면서 사양길에 접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개인의 욕구가 강해지면서 맞춤자전거가 또 등장하는 모양이다. (양복같은 느낌인가?) 기회만 되면 나도 나한테 맞춰 하나 장만하고 싶다. 이쪽 시장이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생소한데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면 수요가 늘고 있는가 보다. 물론 엄청 비싸겠지.

*각종 재미있는 자전거들의 등장
- 영국제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 운치 있는 디자인에 정말 작게 접히고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닐 수도 있다.

 

변신은 이런식이다. 바퀴가 달려서 끌고 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 출퇴근용으로 발전되었다는 기종.





- 위에 소개한 삼각형 접이식 자전거 스트라이다 (간간이 볼 수 있다.)


접으면 이건 이렇게 된다.



- '타기 위한'자전거가 아니라 '타내기 위한'자전거라고 소개된 파나소닉 로데오. 레벨에 따라 빨강, 노랑, 검정이 있다고 한다.



헤드튜브가 낮은데다가 엄청 기울어져 있고, 스템은 반대쪽으로 무지 길게 뻗어있다. 콘트롤이 가능할까 싶은데, 이런 특징을 이용해 묘기도 부리고 하는 모양이다.

- 프랑스제 수제 명품자전거라는 '르네르스'란다.


뭐 잘은 모르겠지만, 뭔가 예쁘고 공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기는 하다.

- 브리지스톤에서 나왔다는 원터치 피크니카. 뒷 부분을 눌러주면 '찰칵'하며 핸들쪽이 뒤로 접힌다. 가방에 넣어 들고다닐 수 있는 수준.



이 외에도 리컴번트 스타일 자전거, 각종 메이커의 자전거들, 각종 산악, 로드용 자전거 등이 등장하는데 뭐 그걸 다 적을 필요는 없을꺼다. 위는 내가 보면서 신기했거나 재밌다고 느꼈던 자전거들, 즉 어느 정도는 꽂힌 자전거들이다. (참아야 한다... ㅡ.ㅡ) 어쨌거나 이 자전거들에 대한 정보들은 풍부하며 그림은 정교하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만화책을 몇 번씩 보게 만든 힘은 다른 곳에 있다. 만화가 너무나 착하다. 모두 사람에 대해서 다루는 이야기인데 사랑, 행복, 인간미 등 따뜻하고 부드럽고 소박한 정서가 가득 차있다. 그리고 여기에 유머도 적당히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아까 언급했던, 옴니버스와 줄거리를 오가는 구조가 이야기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며 정서를 다양하고 깊게 만든다. 

이 확장되는 정서중 주목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많은 이야기가 여러가지 자전거를 통해 사람이 뭔가를 더 생각하고, 다시 보게 되고, 깨닫게 되고, 즐거움을 느끼고, 그러다가 삶 자체가 달라지기도 하는 줄거리이다. '자전거에 관한'이야기가 아니라 '자전거로 인한'사람들의 정서와 변화가 펼쳐지는 것이다. 인생에 자전거가 한 대 들어온다는 것... 정말 별 것 아니지만, 그것으로 인한 변화는 일파만파가 될 수 있다. 이 감정은 자전거 자체에 대한 애정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내가 요즘 어렴풋이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것들이 참 맘에 들었다.

또 하나 일본의 대를 이은 장인정신에 대한 얘기를 할 수 있을텐데 그건 너무 많은 얘기니깐...

암튼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흥미있는, 일독을 권할만한 따뜻한 만화다.

ps. 뭐 내가 평소에 좋아하는 작품이나 만들고 싶어하는 작품들을 보면, 내 써놓은 이런 글에 어이없어 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허나 보고 즐기는 것과 만들고 싶어하는 건 다를 수 있다. 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