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CE. 와우!

2007. 9. 28. 01:00film



일기에도 썼지만, 게으름때문에 영화들을 잘 못 챙겨보고 있던 요즈음 우연히 보게 된 영화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놀랐다. 와우!!!

이 영화에 대한 온갖 정보들이야 인터넷 뒤져보면 다 알만한 것들이니 그냥 내 입장에서만 얘기하련다.

일단 '이렇게도 영화를 만들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누가 봐도 저예산이다. 한정된 등장인물, 날것의 공간들, 별다른 카메라 장비들도 쓰지 않는 그냥 들고 찍기... 별로 돈 들일 구석이 없는 영화다.  거기에다가 만듦새는 솔직히 그닥 좋게 느껴지지 않는다. 공간은 평면적이고, 카메라는 그냥 거칠다. 내러티브 이야기까지 가져다 붙인다면, 솔직히 별 것 없다. 아일랜드에서의 사회적약자들이나 이민자들의 얘기를 가져다 붙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뭐 본격적이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그냥 그런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빛난다.

이 영화를 빛나게 만드는 것은 음악이다. 저예산의 영상에 음악과 정서와 감성이 쏟아져 내린다. 딱히 우리가 알고있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로도 구분되기 힘든 형식인데, 갖가지 방법으로 음악을 전면에 내세운다. 음악은 배경이기도 하고, 대사이기도 하며, 주인공들의 귀에 들리는 음악이기도 하고 또 그들이 직접 부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음악의 쓸쓸하고, 서정적이고, 또한 절규하기도 하는 정서는 영화와 잘 어울린다... 라기 보다는 영화를 급상승시킨다.
 
조금만 직업정신을 발휘해 이야기하자면, 정말 훌륭한 기획이다. 영화를 만드는 이유 중 하나가 관객들을 어떤 정서로 채우려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 기획은 무형의 '좋은 음악'으로 그것을 하고 있다. 나름대로 (나름!!) 음악영화를 만들어본 경험때문인지, 영화를 보면서 '저건 배우들이 라이브로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없다면 불가능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중에 보니 역시! 감독, 남배우, 여배우 다 뮤지션이더라. 새로운 개념의 창의적인 작품이다. 저예산으로 아주 잘 만든 문화상품이기도 하다. (부럽기도 하고, 정신도 차려야 겠다는 생각 ㅜ.ㅡ)

내가 최근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인 Damien Rice와 비슷한 정서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 얘기들이 많다. 실제로 작년에 이 두 남녀는 Damien Rice와 미국투어를 하기도 했단다. 지나친 범주화일지도 모르겠지만, 이들이 아일랜드인이기 때문에 비슷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타지에서 보고있는 나는 하게 된다. 사실 Enya라던지, 어렴풋이 들은 다른 아일랜드 전통음악에서도 좋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핍박받은 역사가 비슷해서 그런지, 아일랜드는 우리처럼 '한'비슷한 정서를 가진 민족이라는 얘기도 어디선가 주워들었던 것 같다. 좀 말이 되는 얘기 아닐까?  좀 놀랐던 것 중의 하나가, 이런 저예산 홍보에, 스타없는 저예산 영화가 한국에서 꽤 잘 팔리더라는 것이었다. 처음에 보려고 했던 시간에 표가 없어서 다음 시간대 표를 사야했고 들어가보니 극장도 거의 꽉 차더라. 우리나라랑 정서가 통해서 그런건가 하는 생각은 좀... 오버겠지. 하긴 미국에서도 극장 2개로 시작해 152개까지 극장을 잡았다고 하니 오버 맞다. 뭔가 유니버설 한가보다.  

음악을 기억해보자면, 내가 가장 꽂혔던 음악은 초반에 남자주인공에 거리에서 혼자 절규하듯 부르는 'Say it to me now'라는 곡이다. 그런데 일단 구할 수가 없으니, 이 영화의 주제곡 이라는 'falling slowly'곡을 끼워본다.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잇 쇼'에 초대되었을 때의 영상인가 보다. 어째 영화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사족 : 언젠가부터 하고 있는 생각인데, 진짜 순수예술 장르는 '음악'이라는 것 밖에 없지 않은가 생각된다. 물론 표제나 가사가 없이 순수하게 음만으로 승부할 때.
사족2 : 쟤네둘이 진짜로 사귄단다. 여자는 88년생. 19살의 나이 차. 여자가 그렇게 어려보이지는 않았는데...

그리고 질문하나 : 영화 보면서도 생각했던건데, 통기타 통이 저렇게 깨졌어도 소리가 제대로 날 수 있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