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 (*스포 조심합니다만, 슬쩍 내용이 보일지도 모르겠네요.)

2020. 1. 17. 06:33film

  알쓸신잡 천안 편이었던가. 유시민 작가가 타임머신이 생긴다면 해보고 싶은 것이, 세종대왕에게 가서 왜 그때 장영실에게 그렇게 했는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가마가 망가졌다고 그렇게 일을 많이 하고 평생을 아끼던 신하를 내칠 수 있었는지. 역사에 무지해서 장영실의 생몰연도가 남아있는 기록이 없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이미 영화의 예고편에서 세종대왕의 수레가 부서지는 장면이 등장했다. 꽤나 힘줘서 찍었고, 이 장면이 이렇게 스펙터클 하게 담기는구나 하고 감탄도 했다. 가마? 수레? 암튼 이 이야기가 영화의 중심 되는 소재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문제는 이것이 어떤 이야기로 담기느냐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 이야기가 나쁘지 않다. 힘도 있고, 긴장감도 있다. 

  그냥 소소한 불만 몇 가지만. 

1. 나는 우리나라 메이저 투자사가 투자한 영화의 감정과잉이 싫다. 하나의 영화에 모든 감정을 다 담아내려고 한다. 웃기기도 해야 하고, 아름답기도 해야 하고, 슬프기도 해야 한다. 이 영화도 거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냥 하나의 이야기로 달려갈 수는 없을까? 

2. 사극에서 고증에 CG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참 바람직한 일이다. 그야말로 안 보이게 CG를 쳐서 몰입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다른 부분들.

경험상, 가장 어려운 CG가 자연물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자연물의 CG의 연출이랄까? 그런 부분이 과하다. 보시는 분들이 발견하실지 모르겠으나, 발견 못하시면 잘 녹아든 거고, 보인 분들은 이 말이 무엇인지 아시리라.   

3. 영화에서 우리가 아는 사극말투가 아닌, 구어체를 중심으로 쓴다. 이건 좋다. 그런데 '뿌리 깊은 나무'와의 비교가 어쩔 수가 없다. 분명 그 차별성을 위해 많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배역을 맡은 본인은 얼마나 고민했겠는가. 전체를 놓고 보면 분명 다를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와 영화의 형식의 차이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겹쳐 보인다. 

4. 이전의 허진호 감독님 영화의 날카로움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야기에 힘을 쏟으셨다 한다면 이해한다. 하지만, 대사 하나에 저릿해지는 그런 느낌은 없다. 

  뭐 소소한 트집이고 영화는 괜찮다. 같이 본 초딩 딸이 너무 울어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팩션이라는 말을 쓰면 스포가 될까? 그런 부분에서 기대 안 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이 상당히 강조된 이야기다. 

권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는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