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범의 '술꾼의 품격'을 읽었다. 읽고보니 제목이 내용보다는 그 자신을 칭한 것 같다. 물론 칭찬이다.

2010. 9. 19. 14:39journal

맛나게 읽었다. 술에 관련된 정보도 좋았고, 그에 관련된 영화이야기도 재미있으면서도 깊이 있게 읽혔다. 
내공이 있는 양반 같다. 술이나 글이나. 
나도 좀 마셨는데, 내 버전으로 내가 좋아하는 술을 함 써볼가 싶기도 하다. 지금 말고. 

그냥 몇가지 요약. (내가 기억하고 싶은 것들)

1. 증류된 독주를 영어로 스피릿이라 부른다. 
2. 럼은 사탕수수를 짜낸 즙에서 설탕을 추출하고 남은 당밀을. 물과 효모를 넣고 발효시킨 뒤 증류해 만든다. 그래서 달다. 나는 별로. 
3. 보드카는, 위스키 럼 등의 다른 스피릿(독주)들과 달리 증류과정을 여러 번 거치면서 알코올 농도를 95%이상으로 만든 다음 거기에 물을 섞어 원하는 도수로 만든다. 순수 알콜에 가깝고 무색에 특별한 냄새도 없다. 맘에 든다. 
4. 데킬라는 위스키나 브랜디에 비해 숙성기간이 짧다. 대신 원료 식물 아가베가 자라는데 8~12년이 걸린다. 다른 술의 원료들이 1년 주기인데 반해.
5. '붉은 수수밭'에 나오는 붉은 고량주는 없단다. 기타 중국술 얘기는 길어서 패스. 
6. 브랜디는 과일주를 증류한 것. 그 중 꼬냑은 프랑스 꼬냑지방에서 나오는 브랜디를 일컬음. 이것도 달아서 별로...
7. 위스키는 곡물 발효주를 증류한 것. 종류는 크게 몰트 위스키와 그레인 위스키. 아일랜드에서 처음 만들어 마셨다. 한 증류소에서 나온 술만을 담은 것이 싱글 몰트, 여러 증류소에서 나온 술을 퓨어몰트. 싱글몰트 위스키에 클렌피딕, 글렌리벳, 맥켈란 등. 
8. 몰트 위스키에 귀리, 옥수수 등으로 만든 그레인 위스키를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나오고 이것이 당시 영국 상류층의 입맛을 사로잡고 널리 퍼짐. 조니 워커, 발렌타인. 
9. 이에 속이 상한 아일랜드 위스키 업자들은 whisky의 철자에 e를 하나 더 집어넣어 자신들의 술을 whiesky로 명명. 그래서 아일랜드에서 나는 아이리쉬 위스키는 주로 싱글 몰트. 스코틀랜드의 스카치는 블렌디드. 
10. 미국 위스키는 옥수수가 주 원료. 켄터키주 버번 지방에서 많이 생산. 그래서 이름도 버번으로 정착. 불어로 읽으면 부르봉 (Bourbon).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 영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독립전쟁시 미국을 지원해 줬다고 함. 버번이라는 이름의 술도 있고, 버번의 한 종류로 유명한 다른 것이 짐빔.
11. (미국) 옥수수를 주 원료로 하는 점에서는 버번과 비슷하지만. 오크통에 담기전에 단풍나무 숲에 여과하는 과정을 거치는 테네시 위스키가 있다. 잭 다니엘스. 
12. 우리는 위스키 원액을 만들지 못한다. 반면 일본은 유명한 자신들의 브랜드가 있고 자국산 위스키의 시장 점유율이 높고, 이로 인해 위스키 소비량은 한국보다 많지만, 수입량은 현저하게 적다. 
13. 여기에는 위스키나 와인을 숙성시킬 때 증발돼 줄어드는 미세한 양에 대한 문제가 있다. 스카치 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 지방은 저기압이어서 증발량이 매년 2% 남짓이라는데, 우리는 기압이 높아서 증발량이 더 많을 것 같다고 함. 우리가 위스키 원액을 못 만드는 이유 중 하나. 이 증발되는 미세한 양을 '천사의 몫'이라고 한다. 
14. 일본의 유명한 위스키 메이커로 산토리, 닛카가 있다. 
15. 미국에도 보일러메이커라고 불리우는, 우리나라의 폭탄주같은 술이 있다. 폭탄주도 엄연한 칵테일의 하나. 폭탄주는 거품을 많이 내서 마셔야 비릿한 향이 덜하다고 한다. 회오리를 만드는 것도, 얼음으로 거품을 내는 것도 이런 이유. 필자가 얘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양주를 적당량 넣은 양주잔을, 맥주를 책운 맥주잔에 떨어뜨릴 때 맥주잔의 측면을 살짝 건드리도록 하는 것. 
16.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산 대표맥주, 에일의 대표브랜드인 기네스. 기네스가 만든 알코올 도수가 높은 다크 에일이 스타우트. 
17. 맥주의 종류는 크게 둘. 에일과 라거. 에일에 들어가는 효모는 고온(15~18)에서 발효하며, 라거에 들어가는 것은 저온(7~12)에서 발효. 저온발효는 에스테르와 페놀이라는 것을 덜 발생시켜 라거는 맛이 담백하고, 에일은 맛이 진하고 향도 풍부하고 복잡하다. 술통 안에서 발효하는 위치도 달라, 고온 발효 효모는 액체의 표면에서 활동해 상면발효맥주, 저온은 바닥에서 활동해 하면 발효맥주라 부르기도 한다. 발효기간도 에일은 4~6일인데 반해, 라거는 8~10일. 
18. 라거와 에일은 역사적으로 거의 비슷하게 마셔왔던 것 같은데, 1950년대에 라거 맥주 기간을 단축시키는 혁신적인 기술이 개발되면서 라거맥주가 양산. 버드와이저, 밀러, 하이네켄, 오비, 카스 등등..
19. 맥주에 붙는 라이트 light는 칼로리가 적다는 뜻. 다른 라이트 맥주들과 달리 밀러는 lite. 이것은 밀러의 상표등록으로 밀러밖에 쓰지 못한다고 함. 그러고보니 요즘에 우리나라에서도 칼로리 적은 맥주를 열심히 광고하고 있다. 
20. 그리고 술에서 드라이라는 표현은 단 맛을 뺐다는 뜻이란다. 내 슷탈. 
21. 기타 칵테일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패스. 
22. 책에 있는 것들 중 만들어먹어보고 싶은 것은 맥주에 에스프레소를 넣는 '에스프레스 콘 비라'. 어째 이름이 비스무레하게 느껴지는데 '콘 비라'는 with beer란다. 에일보다는 맛이 깨끗한 라거비어에 식힌 에스프레스 넣기. 그런데 많이 마시면 취해도 잠들지 못하는 기이한 상황이 올수도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