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을 생각한다'를 읽다.

2010. 3. 30. 12:54journal


글을 읽고 마땅히 느끼게 되는 우리나라의 재벌과 권력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그것은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하시고 계실테니 나는 관두련다. 그냥 내가 느낀 대로. 내 현실에 맞추어서 끄적여본다.

일단 책 전체를 관통하는 글 자체가 너무 좋다. 진짜 하드보일드 문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글이 가지는 직선적고 사실적인 힘이, 최근 읽었던 그 어떤 소설 속의 미문보다 가슴을 후려쳤다. (비슷한 느낌으로 읽었던 소설 중에 김훈의 '강산무진'이 생각난다. 간암에 걸린 회사 중역, 한 가정의 아버지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김훈작가는 이 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하다.) 그리고 구조적으로도 훌륭하게 완결이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글 자체에 실려있는 현실의 무게가 더욱 그렇게 느끼게 만들었으리라. 무식한 탓에 이해하지 못한 경제적, 법적 내용들도 많지만, 중심내용을 받아들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내 자신이 너무나 순진무구하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냥 술자리에서 막연히 이야기하곤했다. 돈 있는 인간들, 권력 있는 인간들에 대해서... 그런데 그게 내 눈앞에 현실적으로 그려지니, 그쪽이 잘못했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정말 헛살았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 코딱지만한 세상 속에서 바둥거리고 있는가? 

이 책에 대한 정보는 어디선가 들었다. 그냥 끌려서 한 번 사서 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빨리 사야겠다고 결정적으로 맘을 먹었던 것은 씨네 21의 광고를 본 이후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각종 포털에서 이 책에 대한 자료도 찾아가면서 읽었다. 그러면서 늦게 깨달았다. 정말 이 책은 일간지에서 광고를 안하고 있다는 것을. 서점에 가면 떡하니 베스트셀러목록에 올라있는데, 광고를 안하고 있는거다. 책도 영화와 비슷한 것이, 팔리기 시작하면 기하급수적으로 팔린다. 이렇게 인기몰이를 할 때 확 땡길 수 있다. 그런데 광고가 없다. 왜? 이유는 다 아시겠지 뭐. 

어쨌거나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이 책을 내 현실로 끌어오려는 노력이다. 그 방향이 무엇이 되었건 말이다. 
그리고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나의 의견... 그가 복수심에서 그랬는지, 진짜 양심의 가책때문에 그랬는지, 나라와 국민경제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랬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어쨌거나 현재의 자기를 버렸고, 어쩌면 우리가 영원히 몰랐을지도 모를 일을 세상에 던졌다. 무서워서라도 나는 그럴 수 있었을까? 당신은 그럴 수 있었을까? 그에게 욕을 하던 말던, 그의 이런 용기가 나같은 무지렁이 국민의 가슴에 파문을 일으켰다.

사실, 그러면 되는 것 아닌가? 정치나 물건 파는 일이나 똑같은거다. 사람 맘을 움직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