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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5. 01:36film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감독 맥지 (2009 / 독일, 영국,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안톤 옐친, 샘 워싱턴, 문 블러드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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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영화도 프리퀄이라고 생각해야하나... 라는 의문이 먼저 떠올랐다. 시간상으로는 미래인데 우리는 이 이야기를 이전에 알고 있었다... 어쨌거나 터미네이터 1편의 시발이 되는 사건이 터지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본 영화에 대한 리뷰는 사실 그닥 쓸 맘이 생기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을 터. 그냥 내 느낌만 적어보려 한다.

*크리스천 베일은 미국에서 그 나이 또래 최고의 '남자'배우가 된 듯 하다. 마스크, 몸, 목소리, 연기, 풍겨내는 분위기... 전부 훌륭하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이 영화에서 최고로 뜬 사람은 샘 워싱턴이라는 배우이다. Sam Wathington이 정식 이름이니 이렇게 발음하는 것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강함과 우수가 동시에 보이는 눈빛과 마스크에 역할을 제대로 만났다. 제임스 카메론의 추천으로 이 영화에 출연했고 또 그의 작품인 '아바타'에 출연한다고 하는데... 앞으로가 기대된다.
*문 블러드굿이라는...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여자배우는 뭐... 그냥... 별로...
*영화는 정말 사명감과 선견지명을 가진, 그러나 인간이기에 약하고 고뇌하는 그런 인간적인 영웅 존 코너가 나올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이것은 어느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데,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의 능력과 그의 배부른 아내, 그리고 (나도 정말 오랜만에 보는) 테이프 레코더 속의 새러 코너의 목소리에 의해서 완성된다. 따져보면 바로 '가족'이다. 이 단어는 이 배경 속에서 막강한 기계들의 대척점에 설 때 그 의미가 더 강렬해진다. 참 고전적이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시리즈는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사랑을 하고, 섹스를 하고, 아이를 가지고, 죽기 싫어하고, 삶을 이어가는 인간들. 최근에는 이런 캐릭터 자체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구석이 있다.   
*내 느낌에는 사실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설정들이 많았다. 스카이넷은 자신들의 공간을 과연 그런 식으로 만들었을까? 그것은 인간이 중심인 공간이지 기계들이 중심인 공간이 아니었다. 기계들은 스스로에게 가장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지 않았을까? 젊은 시절의 아놀드 터미네이터가 나오는 장면이 특히 그랬는데 그것은 정말 인간이 일하는 공장이었다. 물론 나중에 얘기를 듣고보니 이 장면은 1편의 공장장면을 거의 shot by shot으로 따라찍은 오마주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흠... 
*그리고 심장을 주는 장면. 심장이 그렇게 막 주고 받을 수 있는건가? 이런 감정적 요소가 몰입을 좀 방해했다.   
*거대 로봇의 등장으로 관객들에게 긴장을 주기에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리고 그 디자인과 전투방식은 더 간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원래 터미네이터는 인간의 뼈구조에 바탕을 둔 기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영화가 아니었던가? 내 느낌에 지나치게 SF적인 요소는 오히려 독이었다. 그리고 반군들의 군사력이 저렇게 막강했던가 하는 생각도 했다. 단 오토바이 모양의 터미네이터를 붙잡아 타고 가는 것은 꽤 귀여운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sony... 물론 누군가 기계를 만들었으니 반군들도 그것을 이용해 기계군단과 싸우고 하는 것이겠지만... sony가 세계를 구원하다니 ㅡ.ㅡ

하지만 어쨌거나 이 싸움의 느낌과 인간들의 모습은 고귀해 보였다.
그런 느낌이 들게 만든 것 만으로 충분히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