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르와 아스마르. (약간의 스포일러)

2008. 2. 23. 19:40film

(그림은 네이버 영화소개 코너에서 그대로 퍼왔음. 이 스크린 샷들이 내 이야기에 도움이 될꺼라 생각되어, 유래없이 많은 사진들을 한꺼번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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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들처럼 만들고나니 더 그런 느낌이 확실히 드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떠올렸던 것은 바로 '그림책'이다. 매 장을 넘길 때마다 눈을 아리게 할 정도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글자가 별로 없다. 러프한 줄거리만 있다는 이야기다. 이 그림책의 특징들은 이 영화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영화는 너무나 아름답다. 색들이 난무하고 그림체도 독특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사실 줄거리는 별로 없다. 원제에서 보여지듯 그냥 두 왕자가 공주를 구하러 가는 Fantastic한 Quest이다.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위 그림들을 보시기를. 그리고 그림들에서 특징들을 발견해 보시기를.

영화의 주된 이미지는 이슬람 문화에서 온 것들이다. 타지마할, 모자이크, 오벨리스크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들이 떠오른다.). 그리고 별 것 아닌 줄거리에 숨겨져있는 의미와 아이콘들이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영화는, 오랜기간 반목해온 기독교중심의 서구문화와 이슬람 문화를 논의의 중심에 놓고, 이 이외에 다른 많은 종교적 문화적 아이콘들을 끌어들인 후에, 이 모든 것들의 평화로운 공존과 화해와 차별반대와 평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주인공들의 구성이 그렇다. 금발에 푸른눈의 백인 하나와 흑발에 어두운 피부의 검은 눈동자의 중동계 하나. 그리고 자세히 보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익히 보아온 고대로부터 지금까지의 각 문화에서의 신들의 이미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장면은 남자/여자가 등장하는 연애이야기인데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말할 수있는 이 얘기도 살짝 재밌다.

프린스 앤 프린세스, 키리쿠와 마녀, 키리쿠 키리쿠 등을 감독한 미셸 오슬로 감독은 처음으로 3D를 끌어들였다. 그런데 그 3D가 스스로의 장점을 제대로 발휘 한 것은 바로 눈동자와 얼굴들 뿐이다. 인물의 나머지 부분들은 일부러 극히 단순화 시켰으며, 배경은 인물들과 섞이지 않고 화려하게 스스로 빛난다. 결과적으로 위와같은 독특하고 아름다운 이미지가 나왔다.

왕자, 공주에 대한 판타지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비추. 하지만 웬만큼 참아낼 수 있다면, 이미지를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추천. 기타 이런 판타지를 즐기시는 분이시라면 정말 강추! 작품 자체가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착한 작품이다.

蛇足 :  나는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한다. (디즈니쪽은 빼고) 영화와는 다르게 직업적 압박이 느껴지지 않아서, 혼자서 맘껏 판타지에 빠질 수 있는 것이 그 한 이유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