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

2008. 2. 22. 23:53film



여전한 소재와 주제들에 집착한다. 형제애. 전쟁. 야망. 복수. 여자. 불륜. 의리 등. 사실 이야기는 뻔하게 돌아가지만 영화는 괜찮다. 감정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고, 꽤나 하드보일드 하다. 전쟁터에서의 '생존', '군량', '약탈'등의 문제가 현실적으로 등장을 하며, 연약한 인간들을 포장하지 않고 그냥 연약한 인간으로 그려낸다.

맘에 드는 점은 스타일적으로 억지로 멋부리려 하지 않았다는 것. 장예모 탓인지 대규모 스펙타클의 중국영화가 언젠가부터 느끼해졌다. 영화에서 인해전술을 쓰는 것은 좋은데, 그걸로 멋부리려 하면 안된다. 많이 모인다고 스펙타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海의 人들이 다 각각의 개인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전쟁자체도 그렇고, 전쟁에 나선 사람들도 그렇고, 별로 깔끔할리가 없다. 군대에서 몇박짜리 훈련을 갔을때조차 그렇다. 이 영화는 이 다양한 사실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것이 리얼하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카메라를 흔들지 않으며, 컷을 잘게 쪼개지도 않는다. 이 성실함이 오히려 요즘 관객들의 입맛에 안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이 한계를 스크린 속의 사람들을 움직임으로서 돌파한다. 사실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감독들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가장 훌륭한 감독은 사람을 제대로 움직인 감독이다.

클라브 마가.라는 무술이 있다. 무술이라기 보다 실전용 살인기술이라고 하는데, 이스라엘제다. 훈련이 혹독하기로 유명하고, 이스라엘의 특수부대들에게는 필수사항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 실전용 특전살인기술이라는 것이 훈련모습을 보면 무척이나 조잡하다. 그냥 동네싸움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조잡한 동작들이 무척 빠르며, 전부 상대의 급소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 뭔 말이 하고 싶은가 하면, 실제 목숨을 건 싸움은 그리 멋진 싸움이 될 수 없을것이라는 거다. 그것도 육박전으로 부딪히는 대규모 전쟁터에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멋을 좀 부린다.

유덕화와 금성무가 지나치게 잘생기기는 했지만, 이 세배우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쌓아온 잔주름과 관록은 그대로 현실적이고 멋진 그림이 된다. 나는 이제 배우들의 주름에서 매력을 느낀다. 나이 먹기는 먹나보다. 가장 눈에 띄는 연기를 보여준 것은 역시 유덕화. 사실 이연걸은 어떤 영화를 봐도 좀 싸구려라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이 셋 중에 가장 쳐지는 캐스팅은 역시 이연걸.

이래저래 말이 많았는데, 영화 괜찮다는게 결론이다.
묵직하다.
묵직하다는 느낌. 영화를 보고 흔하게 받기 힘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