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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비빔국수.

돌 지난 아들이 이젠 제법 어른 식탁을 탐합니다. 밥이며 국이며 김치 같이 매운 음식도 넙죽넙죽 그렇게 잘 받아먹을 수가 없습니다. 아무거나 잘 먹어 줘서 고마운 아들이 최근 밥도 마다하며 먹는 음식이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간장 비빔국수랍니다.

간장·참기름·깨소금·계란·파·고기 등 그때그때 냉장고가 허락하는 재료들을 넣어 살짝 버무려 만든 국수입니다. 맵고 짠 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 어린 아이들에게 딱 들어맞는 식사이자 간식이죠. 특히 후루룩 빨아 먹을 수 있는 면발이 재미있는지 아들 녀석은 소면을 삶기 시작할 때부터 내 옆을 맴돌며 온통 기대하는 눈빛으로 가득합니다.

저 역시 간장 비빔국수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고로 아들 녀석이 이렇게도 간장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걸 보면서 ‘내 아들이 맞지’ 하는 마음에 흐뭇합니다. 친정 엄마가 살아 계셨으면 손자에게 그 손맛을 자랑하셨을 생각에 가슴 한쪽이 아려 오기도 하지만요.

어머니는 제가 기억하지도 못할 만큼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간장 비빔국수를 만들어 주곤 하셨어요.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시간에 만들어 주셨던 엄마표 간장 비빔국수는 단연 야식메뉴 1호였지요. 그러나 갑작스러운 불의의 사고로 고등학교 1학년 이후 그 맛을 다시 느껴볼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전 그 그리운 맛, 간장 비빔국수에 유난히도 더 집착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엄마! 엄마 딸 용희가 고등학교, 대학교도 무사히 졸업하고, 좋은 사람 만나 따뜻한 가정도 이뤘어요.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 요즘은 저도 간장 비빔국수로 아들 입을 흐뭇하게 하곤 한답니다. 겨울이 되니 엄마 손맛이 더욱 그리워지네요. 보고 싶어요.”(권용희·31·서울 노원구 월계2동)■재료=면, 간장, 참기름, 깨소금, 계란, 야채 등■만드는 법=소면을 삶아 찬 물에 헹군 뒤 간장·참기름·깨소금을 넣어 입맛에 맞게 버무린다. 오이·계란지단·양배추·김이나 고기볶음 등 냉장고에 남겨 둔 재료를 채 썰어 넣어도 좋다.
[중앙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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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