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극장에서는 많이들 내렸는지...
나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스트레이트한 이야기, 하나의 힘으로 이야기를 쭉 밀고가는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주된 정서에 뭔가 이질적인 것들이 끼어들면, 그것이 굉장히 잘 녹아있거나 뭔가 새롭지 않은 이상 위화감을 느낀다. 뭐 그닥 바람직한 스타일은 아니다만...
일단 아쉬웠던 건 이거다. 포장은 순전히 임창정 중심의 코미디로 되어 있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가 진짜 얘기하는 것은 두번째 포스터에 나온 카피인 '웃지마라, 심각하다'로 대변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진짜로 중요한 것은 '1980년 5월의 광주'이며 그 안에서 살았던 '소시민' 혹은 '영웅'들이다. 물론 겉핥기라는 비판도 생길 수 있고, 편파적이란 얘기도 있을 수 있다(늘). 분명한 것은 포스터에서 보이는 그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 생각보다 괜찮은 영화였는데 포장에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에서는 선동열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낯익은 야구선수들의 이름도 많이 나온다. 사실 여부야 모르겠지만 '포레스트 검프'에서의 우연성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 이야기들이 중반까지는 나름 재미있게 풀려나간다. 여기에다 하루하루 5월 18일에 다가갈수록 오히려 보는 내가 불안해졌다. '어떻게 풀어 나갈려고?"
길게 내용을 내세울 것이야 없고, 선동열이나 우리나라 야구에 대한 약간의 상식만 있으면, 그리고 우리나라의 Y대와 K대의 대결코드를 읽을 수만 있으면 이미 주인공의 실패는 알아챌 수 있다. 문제는 이 주인공은 왜? 그리고 이 왜?는 또 왜? 실패했는가이다. 여기에 이 영화의 다른 플롯이 파고 든다. 어찌 보면 구태의연할 수도 있는 정보 숨기기인데, 이 숨겨진 정보가 찡하다. 그리고 '화려한 휴가'와는 약간의 다른 관점을 제공한다. 분량 자체가 많지 않으니, 광주에 대해서 제대로 정립된 입장을 가지고 다루지는 못한다. 단지 그런 입장들을 배제한 채, 그 안의 작은 사람들과 그 사람이 움직이는 동기들을 그려낸다.
영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이야~ 시나리오는 재미있었겠는걸!'이었다. 그런데 영화로 만들어지고 포장이 되면서 뭔가 놓친 느낌이다. 이 이유중 하나가 '임창정'이라는 배우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보니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이후에 임창정이 나오는 영화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못 본 것이 아니라 안 본 것이다. 그가 주연한 코미디 영화의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영화던 솔직히 쌈마이 코미디로만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보면서 느낀 것이 그가 가진 매력과 생명력이었다. 뭘해도 사실 비슷하기는 하다. 하지만 그 약간 모자라는 듯한 애처로움과 인간미는 그밖에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포장에서 그 장점이 드러나지가 않았다. 임창정을 그닥 탐탁찮게 여기던 사람들은 '그'의 스타일의 영화가 또 하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랬고.
오히려 임창정이 하는 코미디 연기는 자연스러웠다. 그 외 조연들의 연기라던가 설정들이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많았다. 적어도 내 느낌에 이 억지스러운 유머들은 진지한 이야기에 끼어들면서 리듬을 끊었다. 그리고 좀 미안한 얘기지만, 어린 친구들을 타겟으로 하기에는 그들이 알기 어려웠을 배경지식이 좀 많지 않았나 싶다. 30대는 되어야 영화 전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았을까?
단점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평가받을 작품은 아닌데... 아까운 영화 하나가 묻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