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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도로로.

메가티즌 포인트로 받은 무료관람권으로 심야영화 관람. (그 시간도 심야인가?) 암튼 한시쯤인가에 영화 끝나고 자전거 타고 귀가.



사실 극장에서는 다른 볼만한 작품들이 많았다. 꼭 짚고 넘어가야할 작품들도 있었고. 그런데 이상하게 보고 싶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재밌게 보고 머리를 비우고 싶었던 걸까? 아님 딱 봐도 느껴지는 주인공의 후까시와 가오를 보고 그냥 수긍하고 싶었던 걸까? 어쨌거나 봤다. 뭐 내가 기대했던 그런 정서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았으며 영화는 미안하지만 후지다.

사실 겉으로 보여지는 그림은 딱 봐도 일본의 메이저작품이다. 츠마부키 사토시와 시바사키 코우가 주연. 그리고 별로 멋있어 보이지 않은 얼굴로 이상하게 매력을 뿜어내는 나카이 키이치가 나온다. 이 출연진만 가지고, 리얼한 사무라이 영화나 복수롤 소재로한 영화가 나왔으면 그것도 나름 매력있었을 것 같다. 아! 만화 '바람의 검심'에 대입시켜도 좋을 그림이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뭐 정보를 접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요괴가 등장하는 판타지다. 늘 그렇듯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듯 하니 넘어가고.

처음 포스터를 봤을 때 들었던 느낌인데, 분명히 유명한 원작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뜬금없이 요괴들이 등장하는 영화가 저런 스펙으로 만들어질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더욱더 확신하게 되었다. 개연성없는 요괴들의 급박한 등장. 두시간에 압축해버리기에는 너무 길어 새나가버리는 감정과 이야기들...  동시에 분명히 만화가 원작일 것 같은데 원작을 시리즈로 보면 정말 재밌겠구나하는 느낌도 들었다. 뒤져보니 역시! 원작  있더라. 그것도 일본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츠카 오사무!이다.



비장하고 재밌을 것 같은 느낌이 팍팍든다. 줄거리는 사실 굉장히 거대하며, 두 시간에 담아내려는 것 자체가 욕심이다. 이 줄거리는 각 에피소드를 가질 수 있으며, 무한 확장형이기도 하고, 주인공이 자신의 자아를 찾아간다고 읽을 수 있는 존재론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절대 현실적일 수 없는 이야기인데, 만화는 만화의 후까시와 멋으로 그걸 커버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는...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이긴 하지만... 영화만의 어법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만화를 어설프게 현실같이 옮기려고 하니 이야기도 그렇지만, 세트, 캐릭터, CG가 다 따로논다. 영화 자체가 어설퍼보인다.

다른 얘기 하나. 싸움장면들이 일본영화같지 않고 무지하게 동작이 크고 날아다니더만. 나중에 보니 무술감독이 정소동이더군 ㅡ.ㅡ  

우리 같으면 아마도 전설속의 괴물을 스크린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괴물도 현재의 한강에서 불러낸다.ㅎㅎ) 물론 내가 잘 모르기야 하지만 우리의 전설속 괴물들은 주로 귀신들이나 도깨비같이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그런데 일본은 이런 부분에 상당한 인프라가 있는 모양이다. 이런 것들에 대한 다룬 영화/책/소설/만화 등이 굉장히 많으며 그 중에는 대단한 수준의 걸작들도 많다. 토토로도 일본 설화속에 등장하는 숲의 정령에서 모티브를 발굴했다고 한다. 원령공주는 물론 말할것도 없다. 이 인프라라는 것이 원래 그들은 그런 이야기가 많고 우리는 없는건지, 아니면 그들은 그것을 발굴해내 문화적으로 이용하는데 우리는 못하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후자가 맞겠지.) 그런 부분들은 상당히 부럽다.

 원작 구할 수 없을까?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