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이라..

2018. 5. 24. 06:57journal

흠…

나도 평일에는 회사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니, 이번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티브이를 켜놓고 지켜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저녁때 였나?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전쟁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겠다는 선언 내용을 확인하고 왈칵 눈물이 나왔다. 그때 내가 느낀 울컥의 이유가 뭐였을까? 

북한과 미국이 험한 소리들을 쏟아내며 전쟁 위협을 해도, 우리가 그 전쟁에 빨려 들어가면 어떻게 될 것이라는 글을 읽으면서도, 아무일 없는 것처럼 아이들을 키우고 돈을 벌고 밥을 먹었다. 비상식량도 사지 않았고. 

그때 느꼈다. 눈물이 났을 때. 사실은 나도 정말 불안했구나라고. 이런 불안을 당연한 것으로 가슴 한 구석에 가지고 살아왔다고.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런 전쟁 걱정은 안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다보니 성질 급하게 통일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통일 후 동독 지역은 한참동안 낙후되어 있었고, 구 동독 지역의 시민들은 한 동안 2등 시민처럼 살았다는 이야기를. 이 내용이 사실일지의 여부는 내 눈으로 본것이 아니니 잘 모르겠지만, 만약에 우리가 통일이 되어 현재의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간다면?

청년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빈민아파트라 부르며, 자기들 집값 떨어진다고 드러누워 못 들어오게 하는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이다. 
옆 단지의 임대아파트 초딩들이, 비싼 우리 아파트 단지를 지나 등교하는 꼴을 못봐주는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이다.
이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으면 너네 집, 너네 단지 놀이터로 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사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TV에 등장하는 새터민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 우월감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나부터도?  
우리가 당연히 더 낫다는 전제하에 그들을 깔보고 있지 않나? 
그리고 그 이유가 우리가 더 나은 체제에서 산다는 자부심일까? 아니면, 내가 당신보다 더 돈이 많고 잘 살고 있다는 깔봄일까?  

나는 통일을 일부러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그들과 섞이면 좋은일 보다는 위와 같은 일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되는 것은 북쪽 주민들 뿐 아니라, 우리도 더 불행하게 만드는 일일꺼라 생각한다. 당장은 전쟁걱정 안하는 것부터 시작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들부터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갔으면 좋겠다. 통일이라는 단어는 언젠가 벌어질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그냥 지금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할 때, ‘환경걱정’이 가장 큰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