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탈 때.

2009. 6. 3. 23:38journal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겨우내 추운 날씨 때문에, 그리고 결혼 준비 때문에 많이 못 달렸다. 거의 몇 달을 띄엄띄엄 달린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가 최근 한 두달간 좀 열심히 달린 것 같은데, 처음에... 아... 많이 힘들었다. 살도 좀 쪘고 몸을 자전거에 다시 맞추는 기분이랄까. 확실히 안달리니 몸이 안다. 이제 좀 몸이 만들어지고 자전거가 내 몸에 붙는 느낌이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고 운을 뗀건 이 문제가 아니다. 달릴 때의 내 마음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한강을 달리기를 참 싫어했었다. 주위의 같은 풍경과 같은 길이 너무 지루했다. 가까운 곳에 있고, 제일 달리기 좋은 길이니 가기는 갔지만 갈 때마다 조금은 고통스러웠다. 도로를 달리는게 좋았다. 솔직히 주변사람들이 내 자전거와 그걸 타고 달리는 나를 봐주려니 하는 허영도 있었다. 가끔 신호에 걸릴 때 쉴 수도 있다. 그리고 차와 함께 달리는게 멋지고 스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그게 아니다. 내 몸에 더 집중하게 된다. 힘이 들어가고 움직이는 내 다리, 산소를 빨아들이는 내 호흡기와 폐, 내 심장의 움직임. 그리고 내가 얼마나 더 잘, 오래 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한강이 지겹다고 느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멈추지 않고 달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길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왜 이럴까? 결혼을 해서 뭔가 마음이 달라졌나? 좀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에 신경쓰게 된 걸까? 결혼이 이유이건 아니건 단순하고 지속적인 뭔가를 받아들이게 된걸까? 만약 이런 변화라면 환영해야 할 일이라고 느껴진다. 

나름 다이나믹한 생활을 즐기며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깊이가 없다. 특히나 작품을 만드는 경우, 넓이도 중요하지만 정말 걸작은 끈기와 파고듦과 축적에서 나온다는 걸 자꾸 느낀다. 난 그게 없다. 하루키가 달리기를 자신의 창작의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도 이렇게 달리는 것을 내 삶의 방식, 창작하는 방식으로 발전시켰으면 좋겠다. 

아. 하루키와 달리기에대한 것은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기회가 있을 때 함 이야기해보자. 굉장히 여러번 들쳐보았고 지금도 수시로 들쳐보고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