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포스터.

2007. 8. 21. 11:25film

(포스터 출처는 naver)


영화의 주된 느낌을 전달할 것인가? 아니면 포스터를 본 사람의 뇌리에 어떤 이미지를 새기는 데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영화가 자신 없으니까 포스터에 이 영화 재밌다고 한껏 광고할 것인가? 아니면 포스터의 조형미 자체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배우들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울 것인가?

위 포스터는 영화의 주된 느낌을 표현하는 척 하면서 배우들의 얼굴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상업적인 마케팅이라고 한다면, 뭐 할 말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꼭 그런걸까?




이 영화가 전달해야 하는 느낌과, 이 영화가 전면에 내세워야 할 이미지와 주제가 바로 이런 장면이라 생각한다. 누구의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시대와, 피와, 시민과, 두려움과, 절박함과, 공수 전투복과, 곤봉과, 화창한 5월의 날씨가 한 눈에 들어온다. 꼭 배우의 얼굴이 전면에 나와야 하는가? 이런류의 불만은 영화에 대해서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영화에 대해서는 짧게나마 한 번 적어볼 예정이므로 자세한 얘기는 그 때.

암튼 몇 가지 종류 중, 개인적으로 이 포스터가 눈에 가장 확 들어오며 느낌이 강하며 현실적이다. 컨셉이라는 것이 이런거 아닐까? 하물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했고, 이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지금도 살고있다면야...



'살인의 추억'의 포스터가 이런 컨셉이었을 꺼다. 그 영화도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픽션적 요소가 강했고, 그래서인지 포스터의 느낌은 '이건 영화다'라고 외치며 후일담적인 재미를 주었다. 위 경우, 같은 종류의 포스터지만 느낌은 무척 다르다. 같은 웃는 얼굴의 단체 사진이, 영화를 본 이후인 지금으로서는 묵직하고 슬픈 느낌을 준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세요'... 흠.

결국 그거 아닌가. 누군가의 목적 때문에, 어제까지도 연애하고, 공부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의 삶이 확 뒤집히고 짓밟혔다는 것, 그리고 우리들의 평범한 일상의 기반도 그렇게 쉽게 파괴될 수 있다는 것.